발단단계 심리

[영아기 (0–2세) #2편] ‘싫어!’의 시작 — 자율성의 싹을 꺾지 않는 양육

velyjju 2025. 10. 12. 03:48

HLM Kids Compass · 발달단계 심리 아카이브

 

영아기 (0–2세) · 세상을 처음 배우는 시기 · 자율성 · 반항기 · 영아발달

주요 키워드

  • 자율성
  • 반항기
  • 에릭슨 발달이론
  • 통제감
  • 자기주도 행동
  • 부모 반응 패턴

0. 도입 — “싫어!”의 진짜 의미

“양치하자.” “싫어!” “이거 먹자.” “안 먹어!” — 생후 18개월 무렵부터 아이의 입에서는 ‘싫어’라는 단어가 하루에도 여러 번 터져 나옵니다. 처음엔 귀엽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부모는 당황하고 지치죠. “왜 이렇게 고집이 세졌지?” “벌써 반항하는 걸까?” 하고 혼란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이 ‘싫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아기가 ‘내가 나로 존재한다’는 자각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생후 1년 반이 지나면 아기는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즉, “싫어!”는 독립의 시작이자, 자율성(Autonomy)의 첫 언어입니다.

이 시기의 부모는 흔히 “이럴 땐 단호해야 한다”거나 “아직 어려서 몰라요” 같은 조언을 듣습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단호함보다 아이의 의지와 감정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줄 때, 아이는 자신 안의 감정을 안전하게 탐색하는 법을 배웁니다.

 

🌱 자율성의 씨앗은 바로 ‘존중받는 경험’ 속에서 자랍니다.

1. 자율성 발달의 심리학적 배경

발달심리학자 에릭슨(Erik H. Erikson)은 인간의 두 번째 발달단계를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으로 정의했습니다. 이 시기(18개월~3세)의 과업은 ‘나는 내 몸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이때 아이는 걷고, 스스로 먹고, 문을 열고, 신발을 신는 등의 일상 행동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을 키웁니다.

이 ‘통제감(Control)’이 건강하게 형성되면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지만, 반대로 매번 제지당하거나, 부모가 대신해버리면 ‘나는 잘 못한다’는 수치심이 내면에 자리 잡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생후 20개월~2세 사이의 아기는 단순히 움직임을 통해서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느끼며, 부모의 반응이 긍정적일수록 자기조절 뇌 회로(전전두엽)가 활발히 발달합니다.

“자율성은 혼자 하는 능력이 아니라, 신뢰받으며 시도할 수 있는 자유다.” — Erikson, 1959

따라서 ‘싫어’라는 표현은 부모에게 도전이 아니라 **자기조절을 배우는 훈련 과정**입니다. 이때 부모가 “그래, 네 생각도 중요하지”라고 반응해준다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안정된 자기감이 형성됩니다.

 

스스로 하겠다며 손을 뻗는 아기와, 미소로 응시하며 기다려주는 엄마의 모습
아이가 ‘싫어!’라고 말할 때, 부모의 미소는 통제 대신 신뢰를 가르칩니다.

2. 아기의 반항 행동,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아기가 이유 없이 울거나 ‘싫어!’를 반복할 때, 부모는 피곤함보다 무력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감정조절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생후 2년 전후의 아이는 ‘감정은 있지만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몸짓과 울음, 거부로 감정을 대신 표현합니다.

이 시기의 ‘싫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세상을 탐색하며 느끼는 혼란과 호기심의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싫어”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부모의 반응을 살피는 행동은 **‘안전한 거리 두기 실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는 여전히 나를 사랑할까?”라는 무의식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이때 부모가 화를 내거나 억압하면 아이는 감정보다 ‘엄마의 기분’을 먼저 신경 쓰게 됩니다. 반면 부모가 차분히 “싫구나, 그래도 한 번만 해보자”라고 말하면, 아이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을 조금씩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 즉, ‘싫어’라는 한마디 안에는 아이의 독립 욕구, 감정의 표현, 관계의 확인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3. 부모의 반응 패턴과 자율성 지원

부모의 반응은 아이의 자율성을 꽃피우는 ‘토양’입니다. 부모가 일관되게 반응할수록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스스로 행동하려는 내적 동기가 자랍니다. 반면, 감정적으로 흔들리거나 강압적인 훈육은 아이의 ‘시도할 용기’를 약화시킵니다.

✔ 건강한 자율성 반응

  • “싫구나. 그래도 엄마랑 같이 해보자.” — 감정 공감 + 협력 제안
  • 선택권 제공 (“파란 옷 입을까, 노란 옷 입을까?”)
  • 결과보다 시도 과정에 칭찬 (“네가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이 멋지다.”)

❌ 통제형 반응

  • “그만해! 엄마 말 들어!” — 즉각 제압형 반응
  • 감정을 무시하거나 비난 (“울면 안 돼!”)
  • 모든 일을 대신 처리 (시도할 기회 박탈)

자율성은 ‘해보라’는 말보다 ‘기다려주는 태도’ 속에서 자랍니다. 부모가 잠시 멈추어 아이의 속도를 존중할 때, 아이는 실패 속에서도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웁니다.

4. 실제 대화 스크립트 예시

💬 상황 1: 양치하기 거부

아이: “싫어! 안 닦아!”
부모: “양치하기 싫구나. 그래도 우리 이 닦고 거울 속 네 이를 볼까?”
(양치 후) “봐, 네가 스스로 닦았네. 기분 어때?”

💬 상황 2: 스스로 하려다 실패했을 때

아이: “내가 할래!” (그러다 흘림)
부모: “혼자 해보려는 마음이 있구나. 엄마가 조금만 도와줄게.”
(성공 후) “네가 진짜 많이 컸다. 혼자 하려는 네 모습이 멋져.”

5. 7일 실천 루틴 — 자율성 존중 훈련

  1. Day 1–2: 하루 한 가지 선택권 주기 (간식, 옷, 책)
  2. Day 3: “싫어”를 들으면 3초 멈추기 — 감정 수용 연습
  3. Day 4–5: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 문장 사용
  4. Day 6: 아이의 시도 기록 — “오늘 스스로 한 일” 칭찬 노트
  5. Day 7: 부모 성찰 — “오늘 나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는가?”

💭 작은 선택의 반복이 ‘나는 할 수 있다’는 내적 통제감으로 자랍니다.

6. 결론 — 자율성은 사랑받으며 피어나는 힘

‘싫어’는 반항이 아니라 성장의 신호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을 통해 ‘내 감정이 허락되는지’를 배웁니다. 즉, 아이의 자율성은 부모의 수용에서 시작됩니다. 부모가 통제를 내려놓을 때, 아이는 스스로의 세계를 세워갑니다.

자율성은 허락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보려 할 때 실수를 용납하는 순간, 그 경험이 곧 자신감이 됩니다.

부모 성찰 질문

  1. 나는 아이의 ‘싫어’를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2. 오늘 나는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었나요?

다음 글 예고

[영아기 (0–2세) #3편] 안아달라고 매번 울어요 — 신체접촉이 주는 안정감

참고 및 출처

  • Erikson, E. H. (1959). Identity and the Life Cycle.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 한국아동학회 (2022). 영아기 자율성 발달과 부모 반응 연구.
  • 육아정책연구소 (2023). 영유아기 자기결정과 통제감 발달 보고서.
  • Deci, E. L., & Ryan, R. M.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American Psychologist.
책임면책
본 글은 아동발달심리 이론과 최신 연구를 종합하여 작성되었으며,
특정 개인이나 상황에 대한 의료적 진단이나 전문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필요 시 전문기관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