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님들은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크고 작은 기대를 갖고 계십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으면, 예의 바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바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이러한 기대는 아이에게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기대가 아이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오히려 아이의 정서 발달과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의 기대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사랑받기 위한 조건"으로 인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불안은 아이를 위축시키고, 자기표현을 제한하게 만들며, 나아가 성취보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성적 기대 수준이 높은 아이일수록 시험 전 불안감과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으며, 이로 인해 실제 학업 성과가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특히, 부모가 성과 중심의 태도를 일관되게 보일수록 아이는 "나는 부모가 원하는 만큼 잘하지 못해", "나는 부족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자기효능감이 낮아지고 자존감이 손상될 위험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A군은 수학 시험에서 90점을 맞았지만 부모는 “왜 100점이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후 A군은 실수를 매우 두려워하게 되었고, 시험을 앞두고 복통과 불면을 겪는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했습니다. 이처럼 부모의 의도는 격려였지만, 아이에게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기대는 아이에게 반드시 해가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대의 ‘방향’과 ‘전달 방식’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를 사랑과 신뢰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대가 목표가 아닌 ‘과정에 대한 응원’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또한 기대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아이의 감정과 현재 상태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이의 현재를 인정해 주세요.
아이의 노력과 과정을 먼저 바라봐 주시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세요. 예를 들어 “열심히 공부했구나, 그 자체로 대견해”라는 말은 “다음엔 더 잘해야지”라는 말보다 아이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둘째, 비교를 피하고 아이만의 속도를 존중해 주세요.
아이들은 저마다 발달 속도와 강점이 다릅니다. 형제나 친구와 비교하는 말은 아이의 자존감을 해치고, 자기만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너는 왜 형처럼 못하니?”가 아니라 “너는 네 방식대로 멋지게 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셋째, 실수나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알려주세요.
실수에 대해 실망하거나 꾸짖기보다는, 아이가 실패를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아이는 부모가 실패를 허용해 줄 때 더 용기 있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넷째, 부모의 감정과 기대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공유해 주세요.
예를 들어 “엄마는 네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자랑스러워”라는 말은 부모의 기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고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방법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의 사랑이 조건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기반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부모님 자신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아이의 성취를 진심으로 응원하는가, 아니면 내 불안을 줄이기 위한 통제는 아니었는가?”
“내가 갖고 있는 기대는 아이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바람과 기준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러한 자기성찰은 건강한 양육을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 됩니다.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자신감 있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감정과 기대를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2020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부모의 기대가 부담스럽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이 65%에 달했습니다.
또한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는 수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넘어서, 아이에게 ‘조건부 사랑’의 느낌으로 전달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연구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녀는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결과가 아닌 노력과 과정에 초점을 맞춘 칭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정말 똑똑하구나”보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는 표현이 아이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도전과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기대는 잘 사용하면 강력한 ‘심리적 비타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전달되면 ‘감정적 짐’이 되어 아이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이를 위한 기대라면,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기대를 표현하기 전, 부모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아이에게 용기를 줄까, 부담을 줄까?
- 이 기대는 아이의 삶에 필요한 걸까, 아니면 내 불안과 욕구를 반영한 것일까?
- 아이가 실패했을 때, 나는 실망보다 공감을 먼저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부모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아이에게 더 따뜻하고 건강한 신호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녀 양육에서 오는 부담감이나 완벽주의적 기대는
부모 자신이 어릴 때 경험한 부모의 양육 방식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나도 어릴 땐 칭찬받으려고 애썼어.”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꼈어.”
이런 마음속 이야기를 부모가 스스로 마주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여유와 수용을 전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의 기대가 진정 아이의 성장을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받기 위한 조건’이 아닌, ‘믿음과 응원의 표현’이어야 합니다.
아이에게 전해주세요.
“나는 네가 노력하는 그 과정을 믿고 응원하고 있어.”
“결과가 어떻든, 넌 언제나 내게 소중한 아이야.”
“실수해도 괜찮아. 우리는 그걸 통해 함께 배우면 돼.”
이러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 뿌리 내려,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기 믿음과 자존감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향해 건네는 말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작은 씨앗’입니다.
그 씨앗이 긍정의 언어로 뿌려질 때, 아이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에게는 완벽한 부모보다,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따뜻한 부모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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